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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떨기나무>/ 김승학 지음/ 두란노 펴냄/ 408쪽/ 1만 3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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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김승학 씨가 쓴 <떨기나무> 읽어보셨어요? <떨기나무>에서 주장하는 바에 따라 성지순례 여정이 재조정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메신저에 접속한 한 후배가 던져온 질문이다. "사실은 제가 이번 주부터 우리 아이들에게 출애굽 여정을 가지고 특강을 몇 주에 걸쳐 하려고 했는데 이 책을 읽고는 포기상태입니다"는 후배 사역자의 빠른 답변을 부탁하는 이메일도 있었다. 최근에는 <떨기나무>를 관심 있게 읽어보았기에 내가 아직 접해보지 못하셨다면 한 권 보내고 싶다는 후배 사역자의 친절한 이메일도 있었다.
잠시 미국을 방문하고 있던 지난 6월 책 <떨기나무>에 대해 전해 들었다. 출애굽에 관심이 많던 나는 '무슨 책일까?' 궁금하고 궁금하여 서점을 찾았다. 새 책 코너에 책이 전시되어 있었다. 너무 궁금했다. 그러나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넘쳐나는 실망감을 맞이하여야 했다. 이미 인터넷상이나 서구에서 센세이셔널리즘에 입각하여 보도되고 방송 전파를 탄, 책으로 소개되었던 주장을 모은 한글판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몇 개의 서평을 접했다. <뉴스엔조이>에 실린 이국헌 목사와 <빛과 소금> 7월호에 실린 북칼럼리스트로 소개된 나관호 목사의 서평이었다. 그 중 이국헌 목사의 글이 서평(바로보기)의 성격을 잘 살려주고 있었다.
이 글을 쓰는 것에 오랫동안 주저함이 있었다. 이 글을 쓰는 것이 혹시나 한국에서 일고 있는 <떨기나무> 열풍에 일조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미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라 있다. 다빈치 코드 뒤집어 읽기나 바로 읽기 같은 글은 나름대로 시사성도 있고, 독자들의 길잡이 역할을 한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는 글이겠지만 '떨기나무 바로 보기' 같은 류의 글은 큰 의미나 가치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도 한몫했다. 그런데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후배 사역자들의 답답함이나 충격에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이 글은 <떨기나무>의 주장에 대한 성경적 비판을 중심으로 다루었다. 무엇보다도 <떨기나무>의 저자 김승학 씨가 신학적인 접근을 하지 않았기에 그 주장의 정당성을 평가하기 위하여 신학적 근거로 논쟁을 할 이유도 없다. 그렇지만 저자가 성경본문을 활용하고 있기에 저자의 성경 인용과 해석이 적절한지를 본문의 맥락과 배경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먼저는 이국헌 목사의 서평과 <교회와 신앙>(2007년 6월 25일자) 인터뷰 기사에 나오는 저자의 주장에 드러나는 논점과 관심사를 평가하고자 한다. 다음으로 저자의 라우즈 산 시내산 설의 몇 가지 주요 논점에 대한 평가를 할 것이다. 고고학적, 역사적 비평은 다음 기회에 하고자 한다.
또 한 가지, 이 글을 쓰는 것이 기존의 시내산(자발 무사)설을 옹호하기 위한 것은 물론 아니다. 지금의 상품화된 성지순례 프로그램 모두가 성서지리학이나 성서고고학을 참고해 만든 것은 아니다. 관광객들이 단체로 가기 힘든 장소가 많기 때문에 성경 사건의 분위기를 제공하는 정도의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왜 떨기나무가 관심을 끌고 있는가?
<떨기나무> 같은 책이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최소한 몇 가지 이유에서 찾아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그동안 한국교회는 출애굽 사건의 사실여부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다. 비역사화된 (논리나 주장에서가 아니라 사실에 있어서) 해석을 즐기고 있었다는 점이다. 출애굽 강해서를 쓰시는 분들이나 모세 5경을 다루는 전문가에 속하는 분들조차 그런 인상을 주었다. 책이나 논문 등의 문서 자료를 바탕으로 이론을 세우고 입장을 정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과연 그것이, 그 주장들이 사실인지 하여 현장을 밟고 현지의 자료나 정황들을 연구하고 하는 일들을 많지 않았다. 자료 평가를 통해 다만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이론과 주장들을 여과 없이 선택했던 것이 일부 사실이다.
두 번째로 그동안 성지순례가 그저 '순례'였던 것이다. 신학대학원의 성지답사팀들은 물론 다수의 목회자들의 성지 방문은 차별성 없이 제공되는 성지 프로그램을 따라 이뤄진 일정이었다. 거기에는 역사 탐구에 대한 열정이나 진지함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일반 지중해 여행 상품이나 목회자들이나 교회 성지순례 프로그램이 거의 차별성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성지순례를 위한 성지순례를 진행해온 측면도 적지 않았다. '성지 여행을 하면서 종종 느꼈던 것처럼 그곳이 정말 역사적 장소가 맞는지 진지하게 검토해보면서 성경의 진실이 무엇인지를 더 깊이 상고해보는 노력'이 없었다. 다른 말로 하면, 현장성이 부족했고, 현장의 역사적 근거를 제시받고 논증하는 것에 무기력했다.
이 책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탐사보도나 역사 추리물이 안겨주는 흥미와 뒤집어보기에 익숙한 한국 사회의 분위기에 힘을 받은 것 같다. 이 책은 곳곳에서 긴장감을 안겨주는 '위험을 무릎 쓰고' 이 탐사가 진행되었다는 식의 표현들을 적절하게 구사하고 있다. 여러 면에서 <떨기나무>는 읽음직하고, 생각해봄직하며, 새로운 확신을 가져봄직하게 잘 짜여 지고 편집된 책이다. 출판사의 정교한 편집 손길이 느껴지는 대목이 적지 않다. 출판사의 편집 기획력의 탁월함과 대형 교회의 자체 서점을 중심으로 배본에 마음을 쓴 것으로 보이는 등의 책 소개 활동도 책을 보급하는데 일조한 것으로 생각된다.
결국 출애굽에 대한 역사적 해석이나 설교의 부재, 현장 답사나 현장 검증을 위한 성지순례가 사실상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것도 <떨기나무> 같은 책에 떨고 있는 사연일 수 있다.
<떨기나무>의 저자인 김승학 씨는 책에서 몇 가지 중요한 전제 위에서 주장을 펼쳐나가고 있다. 그의 중요한 문제제기의 근거는 '시나이 반도의 시내산이 진짜 시내산이 아닌 9가지 이유'(398~402쪽)와 '진짜 시내산이 미디안 광야에 있는 8가지 이유'(402~406쪽)에서 엿볼 수 있다. 그 근거 본문으로 '시내산이 미디안에 있다는 성경의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그 내용을 간략하게 옮겨본다.
시나이 반도의 시내산이 진짜 시내산이 아닌 9가지 이유
1. 시나이 반도의 당시에 애굽의 땅이었다. 2. 이스라엘은 이집트에서 조상들의 흔적을 찾아내지 못했다. 3. 시나이 반도의 시내산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시나이 반도를 지나기 3000여 년 전부터 ‘신(=시나)’라 불렸다. 4. 시나이 반도의 시내산은 기원후 527년 순례객들을 총족시키기 위하여 급조된 성지일 뿐이다. 5. 출애굽해서 십계명을 받기가지 11개월 5일 동안 애굽 땅에 있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6. 애굽 왕자로서 애굽 땅을 잘 아는 모세가 애굽 군인들이 많은 곳으로 이스라엘 백성들을 데리고 갔을 리는 없다. 7. 시나이 반도는 르비딤과 호렙산 사이다 48km나 덜어져 있어 성경과 다르다. 8. 시나이 반도의 무사산 앞에는 250만 이스라엘 백성들의 다 앉을만한 광야가 없다.
진짜 시내산이 미디안 광야에 있는 8가지 이유
1.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북서부 땅은 예로부터 미디안 땅이라고 불렀다. 2. 하나님은 구약 식대부터 이미 아라비아와 미디안에 관해서 명명백백하게 구분해 말씀하신다. 3. 애굽 왕자 모세가 애굽 사람을 죽이고 도망한 곳이 성경에 시나이가 아닌 미디안이라고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4. 하나님은 모세에게 모세가 살고 있는 미디안 땅으로 이스라엘 백성들을 데려오라고 말씀하셨다. 5. 홍해를 건너 그들이 수르 광야로 들어가 물을 찾아 사흘 길을 헤매다가 마라의 뜬 물을 달게 마시는 장면을 생각해보라. 6. 모세의 장인 이드로는 분명히 아라비아 사람이요 미디안 땅에 산다고 했지, 시나이에 산다고 한 적이 없다. 7.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이 아말렉과 전투를 벌였다고 했는데, 아말렉족은 미디안 광야 인근에 살던 아라비아인이다. 8. 사도 바울은 시내산의 위치를 아라비아에 있는 산으로 정확하게 기록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떨기나무 바로 보기를 위한 의견을 조심스럽게 펼쳐보고자 한다.(계속)
김동문/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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