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자료/기독.목회자료

창세기 연구의 최근 동향 및 올바른 방향/ 강성열

발의무리 2008. 7. 12. 07:17

창세기 연구의 최근 동향 및 올바른 방향

강성열

성경 연구의 필요성, 그리고 창세기

성경은 모든 믿는 자들을 위한 하나님의 말씀을 기록한 책이다. 더 정확하게는 세상과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임재(presence)와 활동(action)에 관해 증언하는 책이다.1) 성경이 갖는 이러한 특징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모든 시대의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이 적용된다. 이것은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 사는 사람이건 똑같이성경을 통해서 하나님을 만나게 되고 그의 음성을 듣게 됨을 의미한다. 이 점에 있어서 성경은 초월성을 가지며, 하나님의 계시의 말씀이라는 신적인 차원에 속해 있다. 성경은 곧 하나님의 책(a divine book)인 것이다.

그러나 성경이 단순히 하나님의 계시를 포함하는 하나님 자신의 책인

64 2007년 봄 성서마당

1) Otto Kaiser and Werner G. Kümmel, Exegetical Method: A Students Handbook, tr. by E.

V. N. Goetchius and M. J. O’Connell (New York: The Seabury Press, 1981), 1.

것만은 아니다. 성경은 아울러 사람의 책(a human book)이기도 하다.2) 성경이 사람의 책이라는 것은 그것이 인간을 위한 책이면서 동시에 인간에 의해 인간 자신의 언어로 기록된 책임을 의미한다. 달리 말해서 성경은 일정한 공간, 곧 팔레스타인과 그 주변 세계를 배경으로 하여 살았던 자들이 자기 시대의 언어-히브리어와 아람어 및 헬라어-로 하나님의 임재와 활동에 관해 기록한 책인 것이다.

그런데 성경의 언어는 오늘의 시대와는 현저하게 다른 사고방식과 사상 체계를 그 안에 포함하고 있다. 그 결과 똑같은 본문을 대하더라도 사람에 따라 그 의미가 다르게 전달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뿐만이 아니라 성경에 기록된 내용들은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현대인들의 일상적인 삶과 문화로부터 너무도 멀리 떨어져 있다. 그러다 보니 누구나 성경안에 펼쳐져 있는 세계가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와 너무도 다르며,오늘날의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경험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차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 까닭에 우리는 성경에 대한 학문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 대표적인 책이 바로 구약성경의 첫 책인 창세기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창세기는 오늘의 독자들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시대의 일들을기록하고 있는 책이다. 우주 만물의 창조에서 시작하여 인류의 첫 조상인아담과 하와의 이야기, 노아 홍수 이야기, 바벨탑 이야기, 이스라엘 족장들의 이야기 등이 그렇다. 그래서인지 창세기는 오늘의 독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난해한 구절들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책이요, 어려운 만큼이나 많이 연구된 책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어려서부터 듣고 배워 온 창세기의 이러한 이야기들이 친숙하게 들릴 수도 있을것이다. 그러나 본문을 깊이 들여다보면 볼수록 낯설게 느껴지는 구절들이 한둘이 아니다(예로써 14장의 전쟁, 단이라는 지명, 제사장 멜기세덱

65

2) Walter C. Kaiser, Jr. and M. Silva, An Introduction to Biblical Hermeneutics: The Search for

Meaning (Grand Rapids: Zondervan Publishing House, 1994), 16.

등). 그 안에 담겨 있는 다양한 생각들이나 행동, 사회 관습, 생활 방식 등등이상당히 낯설게 다가오기도 한다(30:37-43). 또 어떤 경우에는 본문 자체가 오랜 전승 과정을 거친 것이어서 단일한 의미를 찾아내기 어려울 때가 있다(1-2장). 창세기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가 필요하고 또 중요한 것은바로 이 때문이다.

창세기 연구의 기본 흐름

창세기에 대한 학문적인 연구의 역사는 사실 구약성경 해석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것이다. 이는 창세기가 구약을 포함한 성경 전체의 첫 책이어서 그러기도 하지만, 그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아마도 창세기가 모든것들의 시작에 관해 밝히는 책으로서, 성경 전체를 열 수 있는 열쇠와도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구약성경 전체에 대한 해석이그렇듯이, 창세기에 대한 해석도 처음에는 초기 교회의 문법적이고 문자적인 해석 및 교리적인 해석의 지배를 받았다. 그러다 보니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돕고 목회를 지원하려는 목적의 영적인(spiritual) 해석이나 풍유

적인(allegorical) 해석-3장 15절을 원시복음으로 보거나 가죽 옷(3:21)을그리스도의 보혈과 관련시키는3)-이 중심을 이루게 되었다. 이러한 경향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채로 교부 시대를 거쳐 중세 시대까지 그대로 이

어졌다. 비록 중세 시대에 교회의 전통과 교리들을 강조하면서 교리적인해석이 더욱 강화되긴 했지만 말이다.

구약성경 해석의 경향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한 것은 르네상스와 종교개혁 이후부터였다. 특히 종교개혁자들은 저자의 의도와 관련된 문법적이고 문자적인 의미를 강조하면서 기존의 풍유적인 해석의 부당성을 지적

하였으며, 교회의 전통이나 교리에 매인 해석보다는 성경으로 하여금 자

66 2007년 봄 성서마당

3) 이에 대해서는 필자의 다음 책을 참조:『 현대인을 위한 창세기 강해』(서울: 한국장로

교출판사, 1998), 67-70.

신을 해석하게 하는 방식을 강조하였다. 그러다가 개개인의 자율적인 판단을 앞세움과 아울러 외적으로 강제된 권위에 도전하는 새로운 정신 내지는 비판 정신(critical spirit), 곧 인간의 이성과 인식 능력을 강조하는 계몽주의 사조가 등장하면서 구약성경에 대한 역사적인 탐구가 새롭게 생겨나게 되었다.

이 새로운 해석 방법에서는 맨 처음 저자(들)의 의도 내지는 성경 본문의 역사적인 의미를 객관적이고도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태도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를 위해서는 성경 본문이 어떻게 해서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게 되었는가를 탐구하는 작업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이를테면 창세기를 비롯한 오경의 문학적인 자료층들(J, E, D, P 등)을 구분하고 그것들의 종교적이고 역사적이고 문화적이고 사회적인 배경을 탐구하는 한편으로, 각 자료들의 구전 단계와 문학 양식 및 삶의 자리를 살피며, 그것이 지금의 형태로 완성되기까지의 오랜 전승 역사와 최종 편집 과정 등을 고찰하는 것이 그렇다.4) 후에 역사비평(historical criticism)으로 불리게된 이 해석 방법은 19세기에 본격화되어 오늘에 이르기까지 서구 학계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서, 자료비평과 양식비평 및 전승비평, 편

집비평 등으로 확장∙�발전해 오면서 오랫동안 성경 해석의 주류가 되었다.5)

그러나 역사비평적인 해석 방법은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한계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성경 본문의 전(前) 역사를 재구성하고 그에 기초하여본문의 역사적인 의미-또는 저자의 의도-를 찾는 데 몰두하다 보니,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으로서 당시의 신앙 공동체에게 주는 신학적인 의미나 신앙적인 교훈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했고, 도리어 성경을 해석하는 전

최근 성서학 연구 동향 창세기 연구의 최근 동향 및 올바른 방향 67

4) 이를테면 1장 1절-2장 4a절을 P자료로, 그리고 2장 4b절-3장을 J자료로 분리하여 연

구하는 경향이 그렇다. 폰 라트(G. von Rad)의 창세기 주석이 그 대표적인 경우에 해

당한다: 『창세기』, 박재순 옮김(서울: 한국신학연구소, 1981).

5) 이에 대한 상세한 연구 및 참고도서들을 위해서는 다음을 참조: 강성열∙�오덕호∙�

정기철, 『설교자를 위한 성서해석학 입문』(서울: 대한기독교서회, 2002), 42-99.

문가들의 비판과 해부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던 것이다.6) 그리하여 많은 학자들은 창세기를 비롯한 오경이 여러 자료들로 분해되고 쪼개어진상태로 우리에게 전해진 것이 아니라, 결합된 자료들을 쉽게 분리할 수없을 정도로 잘 짜여진 전체로서, 곧 최종적으로 완성된 정경으로서 우리에게 전해졌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것은 구약성경의 처음 다섯 권이 전체적으로 통일성을 가진 책임을 의미한다.7) 이 점에 착안하여 오늘날에는우리에게 전해진 정경의 최종 형태를 가장 중시해야 한다는 시각에서 성경을 전체로서 보려는 신학적인 움직임이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

다. 정경비평, 수사비평, 구조주의 비평, 이야기비평, 독자반응비평 등의여러 방법론들이 그렇다.8) 이 점에 있어서는 오경이나 그 첫 책인 창세기도 예외일 수 없다.역사, 문학, 그리고 신학으로 읽는 창세기창세기 연구의 기본 흐름에서 드러나는 중요한 사실은 창세기 본문에대한 연구가 크게 역사적인 해석과 문학적인 해석의 둘로 나누어진다는

점이다. 이것은 오늘날 창세기 연구가 어떠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잘 보여 준다. 그것은 곧 창세기 본문의 전(前) 역사나 저자의 의도를중시하는 역사비평과, 현존하는 본문을 있는 그대로 읽고 연구하는 문학비평 사이의 협력과 대화를 추진하는 일을 말한다. 이 두 가지의 해석 방법은 상호 보완적이면서 상호 의존적이다.9)

68 2007년 봄 성서마당

6) J. A. Sanders, Canon and Community: A Guide to Canonical Criticism (Philadelphia: Fortress

Press, 1984), 5; 이형원, 『구약성서 비평학 입문』(대전: 침례신학대학출판부, 1991),

183-184.

7) B. S. Childs, 『구약정경 개론』, 김갑동 옮김(서울: 대한기독교출판사, 1987), 63-75.

8) 참조. 강성열 외, 『설교자를 위한 성서해석학 입문』, 100-190.

9) R. M. Polzin, “Literary and Historical Criticism of the Bible: A Crisis in Scholarship,”

in R. A. Spencer (ed.), Orientation by Disorientation: Studies in Literary and Biblical Criticism,

Presented to William A. Beardslee (Pittsburgh: Pickwick, 1980), 99-114.

그 까닭에 다수의 창세기 연구자들은 창세기에 대한 올바른 연구와 이해의 기본 전제로 본문의 역사적인 배경과 그 본문의 기원 및 전승 과정,곧 그 본문이 존재하기까지의 과정을 연구하는 한편으로(=역사), 신앙 공동체에 의해 정경으로 확정된 본문의 최종 형태를 소중히 여김으로써 그본문이 이스라엘의 신앙 속에서 수행했던 기능과 역할에 대해서 연구하는 작업(=문학)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오늘의 창세기 연구자들은 이 두 가지 연구의 결합을 통하여 세 번째단계로 창세기 본문들이 당시의 청중들에게 주는 신학적인 의미를 발견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원역사(1-11장)의 중심 틀인 1-2장의

창조 기사나 3장의 아담과 하와 이야기, 4장의 가인과 아벨 이야기, 6-9장의 노아 홍수 이야기, 11장의 바벨탑 이야기, 그리고 족장사(12-50장)의주요 인물들인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과 요셉 등의 이야기들, 창세기 전

반에 걸쳐서 나오는 족보10) 등이 당시의 신앙 공동체 내지는 독자들-더정확하게는 청중들-에게 주는 의미를 찾는 작업이 그에 해당한다(=신학).11) 이에는 당연히 창세기가 신약성경에서 어떻게 이해되고 있는지의문제, 곧 창세기에 대한 기독론적인 해석의 문제가 포함된다.이상의 세 가지, 곧 역사와 문학 및 신학 등의 기본 틀은 오늘날 창세

기를 연구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이념적인 틀에 해당한다.그런데 흥미롭게도 창세기 연구는 구약성경의 다른 책들에 대한 연구와

최근 성서학 연구 동향 창세기 연구의 최근 동향 및 올바른 방향 69

10) 족보를 뜻하는 히브리어 낱말‘톨레도트’가 창세기의 중심 뼈대를 이루면서 이야기

와 족보로 이루어진 창세기의 중심 내용을 이끌고 있다는 점에는 거의 모든 구약학

자들이 동의하고 있다: Childs,『 구약정경개론』, 134-135; W. S. LaSor 외,『 구약개관』,

박철현 옮김 (서울: 크리스챤 다이제스트, 1997), 114-115; R. Rendtorff, The Old

Testament: An Introduction, tr. by J. Bowden (Philadelphia: Fortress Press, 1986), 134, 138.

11) 오늘날 대부분의 주석들이 이러한 방법을 취하고 있다. 특히 가장 방대한 분량의 주

석서를 쓴 베스터만의 창세기 주석이 그러하다: C. Westermann, Genesis 1-11 (vol. 1);

Genesis 12-50 (vol. 2), (Darmstadt: Wissenschaftliche Buchgesellschaft, 1975). 두 권으로

된 이 주석서의 단권 요약본은 우리말로도 번역되어 있다:『 창세기 주석』, 강성열 옮

김(서울: 한들출판사, 1998).

구별되는 한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창세기의 배경을 이루는 고대 근동 지역의 문헌들에 대한 연구가 그것이다.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및 시리아-팔레스타인 등지를 일컫는 고대 근동 세계는 구약성경 전체의 배경을 이루는 지역이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창세기의 가장 직접적인 배경을이룸과 동시에 창세기의 내용과 평행을 이루는 내용들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지역이다. 따라서 창세기 연구에서 고대 근동 세계 문헌들과의비교 연구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앞서 언급한 세 가지의 기본 틀 중 첫 번째(역사)에 속한 것이라 할 수있는 고대 근동 세계와의 비교 연구는 창조 기사와 홍수 기사, 그리고 족장들의 이야기에 나오는 주요 인물들의 이름과 생활관습들 및 법률12) 등과 평행을 이루는 고대 근동 지역의 문헌들을 소개하되, 창세기의 본문들과 고대 근동 문헌들 사이에 연속성(유사성)이 있음을 부정하지는 않으나,창세기의 본문들에 고대 근동 문헌들과 양립할 수 없는 근본적인 불연속성(차이점)이 있음을 주된 논지로 내세운다.13) 이러한 연구를 통하여 창세기의 평행 본문들에 대한 이해가 한층 깊어짐은 물론이다.

창세기의 현대적인 적용

창세기 연구는 이제까지 얘기한 역사와 문학 및 신학의 기본 틀에서수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궁극적으로 창세기 본문이 오늘날의 신

70 2007년 봄 성서마당

12) 결혼 언약, 입양, 토지 매매, 장자권 양도 등이 이에 해당한다: G. Herbert Livingston,

『모세 오경의 문화적 배경』, 김의원 역(서울: 기독교문서선교회, 1990), 207-208.

13) A. Heidel, 『고대 근동의 창조설화 홍수설화와 구약성경의 비교』, 윤영탁 옮김 (서울:

엠마오, 1990); Livingston,『 모세 오경의 문화적 배경』, 189-206; 안성림∙�조철수,『 사

람이 없었다 신도 없었다: 구약성서 창세기 1-11장과 고대 메소포타미아』(서울: 서

운관, 1995); Richard J. Clifford, Creation Accounts in the Ancient Near East and in the Bible

(Washington: The Catholic Biblical Association of America, 1994); 강성열,『 고대 근동

세계와 이스라엘 종교』(서울: 한들출판사, 2003), 17-136.

앙 공동체에게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찾는 것으로 귀결되어야 한다. 상당수의 창세기 연구가 학문적인 차원의 본문 연구 및 신학적인 의미 탐구에 머물고 있지만, 창세기 본문의 원래 의미, 곧 당대의 신앙 공동체를

위한 의미와 현대의 신앙 공동체를 위한 의미를 찾는 작업은 똑같이 필요하며 중요하다. 저자의 원래 의미와 그것의 현대적인 적용은 모든 창세기 연구에 있어서 똑같이 요구되는 것이다. 현재의 상황을 억누른 채로과거의 역사적이고 신학적인 의미만을 강조하는 것은 본문 해석의 정당한 방법이 못 된다. 그렇다고 해서 항상 창세기를 우리 자신의 문제점들과 관심사들, 의문점들을 가지고서 읽고 해석하는 것으로 일관해서도 안되겠지만 말이다.

성경 전체가 다 그렇지만, 창세기의 경우도 본문의 과거로부터 얻어 낸다양한 의미들이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떠한 교훈을 주는지를 발견함으로써 그 연구 작업을 마무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오늘의 창세기연구자들은 정경으로서의 성경이 신앙 공동체를 위한 신앙과 행위의 기준임을 분명하게 밝히면서, 창세기에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탐구를 본문 연구의 본질적인 목표로설정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세 가지의 기본 틀에 기초한 창세기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것은 창세기 본문을 적용할 오늘의 상황, 곧 오늘의 그리스도인들이 속한사회와 전 세계의 상황을 좀 더 깊이 아는 일이다.그 다음에는 그리스도인 개개인의 구속사와 창세기의 사건이 어떠한관계 속에 있는지를 탐구함과 아울러, 어떻게 살고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것인지를 창세기 본문에서 찾아내는 작업이 필

요하다.14) 무엇보다도 창세기 연구자들은 항상 한국이라는 삶의 자리에필요한 메시지를 산출해 내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성적이고 학문적인 연구도 필요할 것이나, 궁극적으로는 한국 교회와 사회의 유익과 건강

최근 성서학 연구 동향 창세기 연구의 최근 동향 및 올바른 방향 71

14) 필자가 쓴『현대인을 위한 창세기 강해』는 이러한 목표를 염두에 둔 책이다.

을 도모하는 대중적인 메시지, 곧 일반 기독교 대중 및 세상 모든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메시지를 만들어 내는 데 힘써야 한다는얘기다. 더 나아가서 오늘의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주요 쟁점들이나 사회 문제들-이를테면 평화, 정의, 인권, 생태, 환경, 땅, 가정, 결혼, 동성애, 생명공학, 인간 복제 등등-에 대한 창세기의 가르침을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창세기의 가르침에 기초하여 살도록 권고하

는 일 역시 매우 중요한 일이다.15) 이는 단순히 창세기를 연구하고 그 의미를 추구하는 것을 넘어서서, 그러한 연구 성과를 오늘의 현실에 적용하고자 하는 노력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처럼 다양한 창세기의 현대적 의미를 탐구함에 있어서 경계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곧 창세기 연구자 자신의 견해를 창세기본문들에 부과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연구작업이나 본문 해석에 대하여 겸손한 태도를 취하는 게 중요하다. 창세기연구자는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하며, 다른 해석에 대하여 열린 자세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자신과 견해가 다를 수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많은 사람들이 창세기 해석에 있어서 공동체적 읽기(reading in community)를 강조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16) 모름지기 창세기가 오늘의 삶에 주는 의미를 탐구하는 자라면 누구나 공동체적인 읽기를 통하여 창세기에 대한 자신의 이해를 점검해야 할것이다.

요컨대 창세기 연구자는 정경으로서의 성경이 학자나 목회자의 연구

72 2007년 봄 성서마당

15) 참조. Ronald A. Simkins, Creator and Creation: Nature in the Worldview of Ancient Israel

(Peabody: Hendrickson Publishers, 1994); B. W. Anderson, From Creation to New Creation

(Minneapolis: Fortress Press, 1994); 유행열∙�강성열 (편),『 기독교 신앙과 생명공학』(서

울: 한들출판사, 2006), 17-59. 창세기를 여성신학적인 입장에서 쓴 글도 같은 범주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Athalya Brenner (ed.), Feminist Companion to Genesis (Sheffield:

Sheffield Academic Press, 1993).

16) T. Longman III, 전의우 옮김,『 어떻게 창세기를 읽을 것인가?』(서울: IVP, 2006), 44.

에 속하기보다는 먼저 교회와 신앙 공동체에 속한 책이요, 신앙의 눈으로 성경을 읽고 해석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의 책이라는 사실을 한시도잊어서는 안 된다. 또한 창세기 연구자는 본문을 역사적으로 주석하여얻어 낸 신학적인 의미들을 오늘의 삶이나 현재 세계와 대면시킴으로써,신앙 공동체의 신앙과 신학 및 삶을 바르게 세워 주는 역할을 수행함과아울러, 그러한 연구 결과에서 비롯된 내용들에 비추어 세상을 하나님의의도에 부합된 곳으로 변화시켜야 할 책무를 소홀히 여겨서도 안 될 것이다.

최근 성서학 연구 동향 창세기 연구의 최근 동향 및 올바른 방향 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