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판매기 하나님 - 산타클로스 신화를 벗긴다
“좋아요. 하나님. 그러면 하나님이 진짜 계신지 안 계신지 제게 보여 주세요.”
보브는 침대 곁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일곱 살짜리 보브는 하나님이 진짜 살아 계시다는 것을 믿고 싶었습니다. 작은 머리를 팔짱을 낀 두 팔 사이에 푹 처박고 보브는 계속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전 하나님을 믿고 싶어요. 내일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베개 밑에 백만 달러를 놔주신다면 다시는 하나님이 안 계시다고 의심하지 않을 거예요.”
다음날 아침 보브의 머리 맡에는 백만 달러가 놓여 있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보브에게는 하나님보다 돈을 더 갖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었는지 모릅니다. 또는 하나님께서 어지럽게 널려 있는 게임놀이판, 장난감총, 카세트, 벗어서 던져 놓은 옷들, 먼지투성이 토끼 인형들 사이에 백만 달러를 놓아 둘―보브는 백만 달러가 일 달러짜리 지폐 한 장쯤으로 기대했을까요―곳을 찾지 못하셨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하나님에 대한 잘못된 생각 때문입니다. 보브는 하나님을 ‘기도’라는 동전을 넣고 단추를 누르면 소원을 들어 주는 자동 판매기로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우주 어딘가에 살고 있다가 크리스마스 때면 기다리던 선물을 가지고 찾아오는 산타 클로스처럼 말입니다.
만일 보브가 진정으로 열심히 기도하고, 또 그 기도를 분명히 응답해 주실 거라고 확실히 믿었다면 하나님께서는 어린 보브의 마음 속에 품고 있었던 소원을 다 들어 주셨을 것입니다.
어린 보브였기에 우리는 이 이야기를 들으며 웃습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까지도 하나님의 존재를 자동 판매기―민망하다면 앞에 ‘신령한’이라는 수식어를 하나 붙여 볼까요?―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하나님을 이해하는 수준이 산타 클로스 신화를 벗어나지 못한 채 말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드리는 기도에 응답해 주시기를 기뻐하십니다.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내가 네게 응답하겠고”(렘 33:3)라고 말씀하셨고, “그들이 부르기 전에 내가 응답하겠고 그들이 말을 마치기 전에 내가 들을 것이며”(사 65:24)라고 약속해 주셨습니다.
그러나 ‘기도’는 자동 판매기에 투입하는 주화가 아니며, ‘믿음’은 누르기만 하면 원하는 물건이 나오는 단추가 아닙니다. 우리의 변덕과 소원대로 이랬다 저랬다 하시는 하나님일 수는 없는 것입니다. 만일 보브가 백만 달러를 위해 열심히 소원을 빌고, 또 그 사실을 믿었다고 해도 백만 달러는 결코 그 다음날 침대 맡에 놓여 있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보브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며 기도에 응답하시지 않기 때문도 아닙니다. 더구나 백만 달러를 놓아 두실 곳을 찾지 못하시기 때문도 아닙니다. 이유는 보브가 진정한 기도를 드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는 단지 소원을 빌었을 뿐이니까요.
산타 클로스 신화에 얽매이지는 않더라도 하나님이 천국에서 이 땅에 선물을 나눠 주는 신령한 자동 판매기라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보잘것없는 소원을 뛰어넘는 분이십니다. 그분은 전능하시며 우리 곁에 다가선 사랑 그 자체입니다.
우리에게 아낌없이 주셨던 그 사랑을 자녀들이 다시 보답하기를 바라실 뿐입니다. 무엇인가를 갖고 싶어하기 보다는 그분 자신을 사랑하기 원하시며 정욕으로 구하는 기도에 대한 응답보다는 그분 자신을 찾고 구하기를 더 바라시는 것입니다. 백만 달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분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기쁘게 해드리기 위하여 즐거이 그분께 순종하기를 원하십니다.
그런데 참으로 놀라운 것은 우리가 하나님을 자동 판매기로 생각하는 데서 벗어나는 순간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바로 다음과 같은 약속을 주고 계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담대함을 얻고 무엇이든지 구하는 바를 그에게 받나니 이는 우리가 그의 계명들을 지키고 그 앞에서 기뻐하시는 것을 행함이라”(요일 3:21하-22).
▶자료출처 : 『신앙의 불순물을 걸러내라』/조쉬 맥도웰 지음/6,300원